1. 줄거리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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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한국계 이민자인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는 딸 앤(노엘 조)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인타운에서 아칸소 시골 마을로 이주하게 됩니다. 이들 부부는 병아리의 암수를 구별하는 일을 하였지만 제이콥은 더 큰 일을 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야망이 있었고, 아내 모니카는 몸이 약한 아들이 걱정이 되어 큰 병원이 있는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하는 등 둘 사이에는 크고 작은 의견 다툼이 있었습니다. 모니카는 현재 이사를 온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항상 가족의 일은 서로 상의해야 된다는 입장이었고, 제이콥은 본인이 경제적으로 부족한 것을 알고 있어 돈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고, 자신의 꿈, 즉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기 위한 의지 또한 상당했습니다. 이들 부부가 일을 나가야 되니 아이들을 돌봐 줄 모니카의 친정엄마 순자(윤여정)에게 같이 살자는 요청을 하지만 순자는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맞벌이를 하는 입장에 아이들의 외할머니인 순자를 모시고 오는데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과 다름없는 손자 데이빗과 순자는 정서상 서로 잘 통하지 않았고, 데이빗에게 욕쟁이 할머니 순자는 생각하던 이상적인 '그랜마'가 아니었습니다. 이래저래 지내던 어느 날 아침 순자는 뇌졸중으로 쓰러지게 됩니다. 제이콥은 자신이 원하던 대로 한인 마트에 농작물 납품에 성공하지만 여러 가지로 삶이 버거웠던 모니카는 이런 남편과 이별을 선언하게 됩니다. 부부가 갈라지려던 그날 밤, 순자는 성치 않은 몸에도 집안일을 돕고자 쓰레기를 태우다가 헛간을 홀라당 다 태워버리고 맙니다.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힘을 합쳐 화재를 진압하려 애씁니다. 순자는 가족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피해를 주었다는 생각에 떠나려 하지만 가족들은 이를 말리고, 근처 냇가에 순자가 심어 둔 미나리를 발견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2. 영화정보 및 출연진
2020년 개봉한 영화로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윤여정, 스티븐 연, 한예리,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등이 출연하였습니다.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 이민자 가족이 겪는 시골 농장에서의 이야기를 그린 미국 영화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위플래쉬 이후 6년 만에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모두를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실제로 미국 시골 마을 농장에서 자란 이민자 2세대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합니다. 영화의 데이빗이 어린 정이삭 감독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정이삭 감독이 어렸을 때 아칸소에 살았었고, 아버지도 병아리 감별사셨다고 합니다. 또 감독의 할머니께서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가 농장에서 잘 자라는 모습을 보고, 그 생명력과 적응력이 자신의 가족과 닮았다 느껴서 이 영화가 탄생된 것이라고 합니다.
- 26회 춘사영화제(춘사 월드 어워즈)
-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여우조연상)
- 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여우조연상)
- 27회 미국 배우 조합상(영화부문 여우조연상)
- 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신인배우상, 외국어 영화상)
- 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외국어 영화상)
- 46회 LA 비평가 협회상(여우조연상)
- 36회 선댄스영화제(심사위원대상(미국 드라마), 관객상(미국 드라마))
3. 관람포인트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1) 미나리
미나리는 음습하고 축축한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그때 그 시절,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채로 어정쩡하게 살아야만 했던, 하지만 결국엔 끈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으로 똘똘 뭉쳐 '무럭무럭 잘 자란' 미나리가 한국 이민자들의 정체성 그 자체로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2) 시대상
담배에 대한 인식, 병아리 감별사, 농사, 마운틴 듀 등 그때엔 그랬구나.. 싶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그때를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상, 음악, 연기, 연출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굉장히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많은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영화였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한국계 이민자 가족이 주인공이다 보니 한국과 미국 정서가 동시에 묻어나 양쪽 문화를 다 느낄 수 있었던 부분도 좋았고, 할머니를 포함한 모두가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예쁘게 잘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앤과 데이빗이 떠나려던 할머니를 진정한 가족으로 여기며 한국으로 돌아가지 말라고 막는 장면과, 앞서 가족보다는 농장일에 집중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제이콥이 후반부에 수맥탐지사를 다시 고용하여 물을 찾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고집을 한풀 꺾은 모습, 그의 옆에 함께하며 지지하는 모니카까지 모두가 가족애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하여 더욱 끈끈한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에 두드러지는 웃음 포인트가 없어서 다소 지루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실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그때 그 시절의 이민자들의 생활을 느끼며 숨겨진 진짜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